존 : 영원(ETERNITY)?
앨머 : 영원! - 차가운 소름이 돋지 않니?
존 : 아니.
앨머 : 난 그랬는데.
존 : 넌 목사 딸이니까. 영원. 영원이 뭐야,
앨머 : 그건 삶, 죽음, 시간, 그 외 다른 모든 것이 다 끝나도 계속되는 그 어떤 거야.
- 프롤로그 중에서, p7
<여름과 연기>라는 희곡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바로 미국 현대 연극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가 쓴 로맨스 희곡입니다.
사실, <유리 동물원>이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 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 또한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작품인데요.
특히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두 남녀 주인공,
존과 앨머가 가진 매력과
섬세한 대사가 인상적인 희곡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스토리나 감정선에 몰입하기가 쉬워
테네시 윌리엄스 희곡을 처음 접한다면
오히려 이 작품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아마, 요즘 유행하는 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썸타기와 밀당, 그리고 이별의 과정 속에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여름과 연기>에 대한 줄거리와 인물분석 같은
더 자세한 내용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정리해두었으니
아래 링크를 통해 접속하셔서 자유롭게 읽어보세요 :)
테네시 윌리엄스는
매력적인 묘사와 독백으로
많은 입시생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인데요.
<여름과 연기> 또한
2020년 한예종 지정희곡 중 하나였습니다.
사랑을 둘러싼 존과 앨머의
대화와 논쟁이 가득한 희곡인 만큼,
입시생들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름다운 대사들이 정말 많은데요.
사실 이 작품은 국내 무대에서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2018년 한예종 연극원의
레퍼토리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
155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희곡이 가진 힘과 배우들의 연기로
시간순삭하며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매체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대세 배우들의 한예종 재학시절 모습까지
엿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답니다!
아래 유튜브 재생목록으로 접속하시면,
한예종 연극원에서 진행된
<여름과 연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PJSnPCU6NIKSwXle7Uf4KDkpyyCCGnJH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
>> 2막 11장, 존의 사무실 (pp.250-277) <<
2막 11장에서는 존과 앨머가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며 초반에 가졌던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대화가 이어집니다. 앨머는 육체적 사랑을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존에게 다가가지만, 존은 영혼의 고결함을 이야기하며 뒤로 물러서죠. 이 장면은 고구마 같은 전개로 우리를 답답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로를 향했던 사랑의 말이 이별의 말로 변해가는 과정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가슴절절한 이별의 장면이 보고 싶다면 이 부분을 추천합니다.
희곡을 읽으며 생각해 볼 질문들
하나,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연인이 되기 위해서, 앨머와 존은 어떤 행동을 했어야 할까요? 두 사람의 사랑이 이어졌다면 이 작품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요?
둘, 넬리는 앨머가 존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셋, 여러분은 앨머와 존의 사랑에 대한 태도 중에서 누구의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가나요?
넷, 하늘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 있나요? 그날의 하늘은 무슨 색이었고, 특히나 하늘이 기억에 남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름과 연기>가 재미있었다면,
이 작품도 추천합니다!
하나, <유리 동물원>
(테네시 윌리엄스, 1944)
왜 문을 여는 걸 두려워하는 거냐?
자, 이제 네가 문을 열어라, 로라!
한때는 풍족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가족, 하지만 어머니 아만다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심취해 살고 있습니다. 아들 톰은 낭만적인 삶을 원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살아가며 괴로워하고, 다리에 장애를 가진 딸 로라는 집안에 쳐박혀 유리로 만든 동물 공예품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죠. 이때, 낯선 손님이 이들을 방문합니다. 로라는 너무도 매력적인 이 손님을 사랑하게 되고 가족들은 조금씩 변화를 마주합니다. 이러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급변하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유리 동물원>은 테네시 윌리엄즈의 작품 세계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테네시 윌리엄즈의 자세하고 긴 배경묘사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첫 대사가 나오기 전부터 엄청난 분량의 묘사가 여러분을 맞이하는데, 아마 작가의 글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다보면 무대에서 공연되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질 거예요. 무엇보다 스크린이라는 무대 장치를 활용해 각 장면의 주제와 분위기를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아마 자막과 영상에 대한 지문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훨씬 쉬울 거에요.
둘, 영화 <건축학개론>
(이용주, 2012)
너 옛날에 약속 했었잖아...
나 집 지어준다고... 기억 안 나?
1996년 건축학개론 수업을 통해 만난 승민과 서연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계속해서 엇갈린 채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그 후 15년이 지난 2011년 건축가가 된 승민 앞에 서연이 설계를 부탁하며 나타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게 되며 새로운 감정들이 쌓이게 되죠.
과거에서 비롯된 호감과 사랑의 감정이 현재의 미묘한 관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름과 연기>와 많은 부분이 닮은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 속 승민과 서연을 각각 앨머와 존으로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참고로, 이 작품은 남자 주인공인 승민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서연의 시선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을 받기도 했죠. 앞에서, <여름과 연기>를 앨머와 존 두 사람 모두의 관점에서 읽어볼 것을 추천했듯이 이 영화 또한 승민과 서연 두 사람 모두의 시선에서 관람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아마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다가오게 될 거에요.
셋, 영화 <첨밀밀>
(진가신, 1997)
”인연이 있다면
천리 밖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인연이 없다면
마주보고 있어도 만나지 못한다네.”
1986년, 낯선 홍콩에서 만난 중국 본토 출신 소군과 이교는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인연을 이어가죠. 영화는 1986년에서 1995년까지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두 사람의 관계를 따라가며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 않는 사랑과 ‘인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나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따라가는 관객들은 함께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설렘을 느낄 수 있죠.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당시 홍콩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10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었는데요, 영국도 중국도 아닌 알 수 없는 정체성 속에서 혼란스러워했던 당시 홍콩인들의 심리 상태를 로맨스로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이렇듯, ‘명작’으로 평가받는 로맨스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그릇에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질문들을 담아내거든요. 영혼과 육체라는 철학적 논쟁을 말하는 <여름과 연기>, 그리고 동아시아의 혼란스러운 근현대사를 로맨스로 풀어낸 <첨밀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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