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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읽기

<여름과 연기>,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by starbook 2022. 3. 13.

영화 <여름과 연기>(1961)의 한 장면

존 : 영원(ETERNITY)?
앨머 : 영원! - 차가운 소름이 돋지 않니?
존 : 아니.
앨머 : 난 그랬는데.
존 : 넌 목사 딸이니까. 영원. 영원이 뭐야,
앨머 : 그건 삶, 죽음, 시간, 그 외 다른 모든 것이 다 끝나도 계속되는 그 어떤 거야.

- 프롤로그 중에서, p7

 

<여름과 연기>라는 희곡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바로 미국 현대 연극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가 쓴 로맨스 희곡입니다.

 

사실, <유리 동물원>이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 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 또한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작품인데요.

 

특히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두 남녀 주인공,

존과 앨머가 가진 매력과

섬세한 대사가 인상적인 희곡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스토리나 감정선에 몰입하기가 쉬워

테네시 윌리엄스 희곡을 처음 접한다면

오히려 이 작품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아마, 요즘 유행하는 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썸타기와 밀당, 그리고 이별의 과정 속에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여름과 연기>에 대한 줄거리와 인물분석 같은

더 자세한 내용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정리해두었으니

아래 링크를 통해 접속하셔서 자유롭게 읽어보세요 :)

 

 

이뤄지지 못해 더 아름다운 한여름의 로맨스 ①

테네시 윌리엄즈, <여름과 연기> | 앨머 : "아니오"라고 말하던 그 소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그녀는 지난 여름에 죽었어요-그녀 속에서 타고 있던 그 어떤 것에서 발생한 연기에 질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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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지지 못해 더 아름다운 한여름의 로맨스 ②

테네시 윌리엄즈, <여름과 연기> | >>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starbook1999/28 매력적인 인물 창조의 귀재, 테네시 윌리엄즈 <여름과 연기>는 테네시 윌리엄즈가 쓴 희곡입니다. 그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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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윌리엄스는

매력적인 묘사와 독백으로

많은 입시생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인데요.

<여름과 연기> 또한

2020년 한예종 지정희곡 중 하나였습니다.

 

사랑을 둘러싼 존과 앨머의

대화와 논쟁이 가득한 희곡인 만큼,

입시생들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름다운 대사들이 정말 많은데요.

 

사실 이 작품은 국내 무대에서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2018년 한예종 연극원의

레퍼토리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

 

155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희곡이 가진 힘과 배우들의 연기로

시간순삭하며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매체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대세 배우들의 한예종 재학시절 모습까지

엿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답니다!

 

아래 유튜브 재생목록으로 접속하시면,

한예종 연극원에서 진행된

<여름과 연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PJSnPCU6NIKSwXle7Uf4KDkpyyCCGnJH 

 

여름과연기, 테네시윌리엄스

 

www.youtube.com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
>> 2막 11장, 존의 사무실 (pp.250-277) <<

2막 11장에서는 존과 앨머가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며 초반에 가졌던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대화가 이어집니다. 앨머는 육체적 사랑을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존에게 다가가지만, 존은 영혼의 고결함을 이야기하며 뒤로 물러서죠. 이 장면은 고구마 같은 전개로 우리를 답답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로를 향했던 사랑의 말이 이별의 말로 변해가는 과정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가슴절절한 이별의 장면이 보고 싶다면 이 부분을 추천합니다.

 

희곡을 읽으며 생각해 볼 질문들

하나,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연인이 되기 위해서, 앨머와 존은 어떤 행동을 했어야 할까요? 두 사람의 사랑이 이어졌다면 이 작품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요?
둘, 넬리는 앨머가 존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셋, 여러분은 앨머와 존의 사랑에 대한 태도 중에서 누구의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가나요?
넷, 하늘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 있나요? 그날의 하늘은 무슨 색이었고, 특히나 하늘이 기억에 남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름과 연기>가 재미있었다면,
이 작품도 추천합니다!

 

하나, <유리 동물원>

(테네시 윌리엄스, 1944)

왜 문을 여는 걸 두려워하는 거냐?
자, 이제 네가 문을 열어라, 로라!

2015년, 명동예술극장의 <유리 동물원> 홍보 이미지

  한때는 풍족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가족, 하지만 어머니 아만다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심취해 살고 있습니다. 아들 톰은 낭만적인 삶을 원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살아가며 괴로워하고, 다리에 장애를 가진 딸 로라는 집안에 쳐박혀 유리로 만든 동물 공예품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죠. 이때, 낯선 손님이 이들을 방문합니다. 로라는 너무도 매력적인 이 손님을 사랑하게 되고 가족들은 조금씩 변화를 마주합니다. 이러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급변하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유리 동물원>은 테네시 윌리엄즈의 작품 세계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테네시 윌리엄즈의 자세하고 긴 배경묘사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첫 대사가 나오기 전부터 엄청난 분량의 묘사가 여러분을 맞이하는데, 아마 작가의 글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다보면 무대에서 공연되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질 거예요. 무엇보다 스크린이라는 무대 장치를 활용해 각 장면의 주제와 분위기를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아마 자막과 영상에 대한 지문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훨씬 쉬울 거에요.

 

 

둘, 영화 <건축학개론>

(이용주, 2012)

너 옛날에 약속 했었잖아...
나 집 지어준다고... 기억 안 나?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1996년 건축학개론 수업을 통해 만난 승민과 서연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계속해서 엇갈린 채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그 후 15년이 지난 2011년 건축가가 된 승민 앞에 서연이 설계를 부탁하며 나타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게 되며 새로운 감정들이 쌓이게 되죠.
  과거에서 비롯된 호감과 사랑의 감정이 현재의 미묘한 관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름과 연기>와 많은 부분이 닮은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 속 승민과 서연을 각각 앨머와 존으로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참고로, 이 작품은 남자 주인공인 승민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서연의 시선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을 받기도 했죠. 앞에서, <여름과 연기>를 앨머와 존 두 사람 모두의 관점에서 읽어볼 것을 추천했듯이 이 영화 또한 승민과 서연 두 사람 모두의 시선에서 관람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아마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다가오게 될 거에요.

 

셋, 영화 <첨밀밀>

(진가신, 1997)

”인연이 있다면
천리 밖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인연이 없다면
마주보고 있어도 만나지 못한다네.”

영화 <첨밀밀>의 한 장면

  1986년, 낯선 홍콩에서 만난 중국 본토 출신 소군과 이교는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인연을 이어가죠. 영화는 1986년에서 1995년까지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두 사람의 관계를 따라가며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 않는 사랑과 ‘인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나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따라가는 관객들은 함께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설렘을 느낄 수 있죠.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당시 홍콩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10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었는데요, 영국도 중국도 아닌 알 수 없는 정체성 속에서 혼란스러워했던 당시 홍콩인들의 심리 상태를 로맨스로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이렇듯, ‘명작’으로 평가받는 로맨스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그릇에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질문들을 담아내거든요. 영혼과 육체라는 철학적 논쟁을 말하는 <여름과 연기>, 그리고 동아시아의 혼란스러운 근현대사를 로맨스로 풀어낸 <첨밀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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